CHUCK

회사에서 할 일 없을 때 자리를 지키는 법

회사에서 할 일 없을 때가 신입에게는 유난히 깁니다. 오전에 받은 것은 점심 전에 다 끝냈고 다음 것을 언제 받을지는 모릅니다. 시계를 보면 두 시 반입니다.

일이 없는 사정은 대체로 위쪽에 있습니다. 앞 순서가 밀렸거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자리에 없거나, 이번 주 몫이 원래 그만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입에게는 그걸 설명할 자리가 없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그건 아직 답이 안 와서요" 한마디로 정리됩니다. 들어온 지 몇 달 된 사람에게는 그 한마디가 변명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일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는 조언을 듣습니다. 맞는 말인데 신입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말하면 일이 오지만 두 번 말하면 사람이 궁금해집니다. 이 사람은 왜 늘 여유가 있을까 하는 쪽으로요. 세 번째부터는 아예 묻지 않고 평가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버팁니다.

버티는 방식은 대개 비슷합니다. 읽을 일 없는 자료를 띄우고 어제 쓴 문서를 다시 열고 창을 몇 개 더 늘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화면은 사진 같습니다. 두 시에 지나간 선배가 세 시에 다시 지나가면 같은 자리에 같은 숫자가 있습니다. 오히려 아까부터 저러고 있었다는 표시가 됩니다.

사람이 남의 모니터에서 읽어 내는 건 움직임뿐입니다. 알림이 떴다 사라지고 목록에 한 줄이 붙고 숫자가 어제와 달라져 있으면 그 자리는 돌아가는 자리로 보입니다. 정작 앉아 있는 사람이 그걸 다 보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이 화면에 머무는 시간은 일 초 남짓입니다.

CHUCK은 그 일 초를 채우는 화면입니다. 켜 두면 이십 초 안팎에 한 번씩 메신저 알림이 뜹니다. 결재함에는 몇 분마다 새 문서가 올라오고 지표 숫자도 함께 움직입니다. 회의에 들어가면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보고를 올려 두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켜 두면 됩니다.

회사 시스템 쪽에 남는 기록은 없습니다. 로그인도 설치도 없습니다. 주소를 열면 시작하고 창을 닫으면 끝납니다.

일이 없는 날은 신입이 아니게 된 뒤에도 옵니다. 그날 자리를 지키는 데 chuckmode.com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