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한가할 때, 화면만이라도 바빠 보이게 하는 법
할 일이 다 끝났거나, 애초에 오늘 내려온 일이 없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퇴근까지는 세 시간이 남았고 자리는 지켜야 합니다. 이럴 때 곤란한 것은 한가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가해 보이면 안 된다는 쪽입니다.
일이 없는 것은 대개 본인이 만든 상황이 아닙니다. 앞 공정이 밀렸거나, 담당자가 답을 안 주거나, 이번 주에 배정된 몫을 이미 다 처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사정을 지나가는 사람이 알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화면을 한 번 스치듯 보고 인상만 가져갑니다. '저 사람 오늘 여유 있어 보이네' 정도로요. 그 인상이 쌓이면 다음 일이 몰리거나, 반대로 애매한 평가로 돌아옵니다. 한가함을 감추고 싶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게으름과는 상관없습니다.
회사에서 한가할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화면 정리입니다. 안 쓰는 문서를 하나 열어 두고, 메신저 창을 옆에 띄우고, 표가 들어간 자료를 하나 더 켭니다. 이 방법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열어 둔 화면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십 분 전에 지나간 사람이 십 분 뒤에 다시 지나가면서 같은 숫자, 같은 문장을 보게 됩니다. 오히려 눈에 띕니다.
바쁘게 보이려면 화면 개수보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하는 사람의 화면에서는 뭔가가 계속 조금씩 바뀝니다. 결재가 하나 올라오고, 메신저에 알림이 뜨고, 그래프의 선이 한 칸 움직입니다. 본인은 그걸 다 보고 있지 않아도 화면은 혼자 살아 있습니다. 옆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딱 이 정도만 읽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척 화면을 검색해 보면 크게 두 갈래가 나옵니다. 하나는 글자가 빠르게 흘러가는 화면인데 이건 가까이서 보면 정체가 금방 드러납니다. 다른 하나는 실제 업무 도구를 그냥 켜 두는 방법인데 잘못 건드리면 진짜 기록이 남습니다. 필요한 건 그 사이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쓸 법한 화면이면서 아무것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화면입니다.
CHUCK은 그 자리를 노리고 만든 일하는 척 사이트입니다. 주소를 열어 두면 이십 초 안팎에 한 번씩 메신저 알림이 뜹니다. 결재함에는 몇 분에 한 건씩 새 문서가 올라오고 지표 숫자도 조금씩 바뀝니다. 화면은 개발팀 쪽과 브랜드 지사 쪽 가운데 골라 쓸 수 있습니다. 전부 화면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 회사 시스템에는 아무 기록도 남지 않고 로그인도 설치도 필요 없습니다. 카피바라 한 마리가 구석에 앉아 대신 일하는 척을 해 줍니다.
켜 두기 좋은 순간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회의에 들어가면서 자리를 비울 때, 점심을 먹고 돌아와 오후가 붕 뜰 때, 보고를 올려 두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입니다. 그 시간 동안 화면이 알아서 조금씩 바뀌어 있으면 됩니다. 돌아와서 창을 닫으면 그만이고 다시 필요해지면 주소만 다시 열면 됩니다.
바쁜 척 화면이 필요한 날에는 주소 하나만 켜 두면 됩니다. 오늘 유난히 한가하다면 chuckmode.com에서 확인해 보세요.